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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의 행동 원리 - 다크나이트 속 조커 분석

미스터Q 2025. 7. 29. 17:50

1. 다크나이트는 일종의 "저주받은 명작"이다. 일반적인 의미처럼 작품성은 높지만 흥행에 실패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정 반대로 흥행은 성공했으나 상복이 없었던 경우에 속한다. 물론 여전히 많은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당시에도 수많은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기도 했다는 점에서(이후 작품상 후보가 5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이 영화의 작품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문단에서 하고 싶은 말은, 그냥 대단한 영화라는 것이다.

 

2.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일종의 현실에 히어로가 등장하면 어떨까?를 보여주는 일종의 메타-히어로 무비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슈퍼 히어로 무비들속 환경은 주인공 히어로가 활동하기에 위화감이 없도록 히어로에 알맞도록 적당하게 뒤틀려있다.

특히 배트맨 시리즈는 몽환적인 작품 세계가 특징인 팀 버튼이 1편과 2편을 감독했기 때문에 이 "뒤틀림"이 다른 슈퍼 히어로 무비들에 비해 비교적 더 심한 축에 속했다. 거기에 영화가 개봉하고 난 후에 제작된 배트맨 애니메이션도 팀 버튼의 영향을 적지않게 받았기 때문에 배트맨 시리즈의 "뒤틀림"은 팀 버튼의 특성이 아니라 배트맨 본연의 특성으로 오인되기에 충분했고, 실제로 이 이후에 제작된 3편과 4편("배트맨 포에버", "배트맨과 로빈")들 역시 팀 버튼의 세계관(혹은 그림자)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참고로 해당 영화들을 감독한 조엘 슈마허도 나름의 명작들을 만들어낸 실력자이다.). 놀란 이전의 배트맨 영화들속 고담에선, 박쥐 가면을 쓴 사람이 돌아다녀도 크게 위화감이 없었다.

 

하지만 "리얼리즘"을 장기로 하는 놀란감독은 이 "뒤틀림"을 없애버렸다. 놀란 감독의 고담은 다른 평범한 영화들의 대도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기존의 히어로 무비들(특히나 배트맨 시리즈)의 세계관이 주인공 슈퍼 히어로를 따라 뒤틀려 있었지만, 놀란은 오히려 현실에 있을법한 어떤 도시를 영화속에서 창조해냈다. 그 결과, 범죄자들에게 상징을 준답시고 밤마다 박쥐 가면을 쓰고 날뛰는 일종의 정신질환자만 둥둥 뜨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즉, 이 영화는 "현실에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요?"에 대한 시뮬레이션 답안과도 같은 것이다.

 

3. 본론으로 돌아와서, 조커의 이야기를 해보자.

인상적이었던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차치하더라도, 조커는 런닝타임 내내 주인공인 배트맨과 검찰과 경찰, 그리고 도시를 압도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걸까?
조커를 이해하기 위해선 영화속에 등장한 두가지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한가지는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연필 마술"이고, 다른 한가지는 조커가 "목적을 갖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연필마술은 조커의 행동을 다음과 같이 보여준다. 조커가 연필마술을 보여준다고 선언했을 때, 마피아의 부하 한명이 조커를 처리하기 위해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조커의 마술에 이용당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조커가 연필 마술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마피아가 그를 처리하려고 나오는 것이 전제된다는 것이다. 즉 조커의 행동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할지 미리 예측하고 거기에 일종의 덫을 심어 놓는 것이다.

 

4. 하지만 단순히 "상대방의 심리를 예측하고 덫을 놓는다"는 것으로 상대방을 압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커가 가능했던 이유는, 조커에게는 목적이 없고, 따라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계획이 없는 대신, 그는 무수히 많은 플랜 B와 같은 것들을 깔아놓는다. 예를 들면, 그는 처음에 진심으로 하비 덴트를 배트맨으로 여겨 죽이려고 했었다. 동시에 그는, 하비의 살해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그를 납치해 타락할 덫을 설치해 두었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일종의 선과 악이 다투는 게임으로 추상화 해 볼 수 있다.

검찰과 경찰 - 선의 편과 마피아들로 대표되는 악의 편의 싸움이다. 배트맨은 선의 편에 히든 카드로서 참여했지만, 사실 조커는 그 게임에 악의 편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조커로서 - 어디에 속하지도 않고 무엇이든 할수 있다는 점에서 - 게임에 참여한 것이다.

 

5.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선의 편의 목적은, 범죄의 소탕이다. 따라서 그들은 법의 바깥에 있는 존재인 배트맨과도 손을 잡고 초법적 일들도 한다. 악의 편의 목적은 이전과 같이 고담을 범죄의 소굴로 유지시킨채로 이전과 같이 범죄로 먹고 사는 것이다.

목적이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축구 경기를 예로 생각해보자. 축구의 목적은, 골을 상대보다 더 많이 넣어서 이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축구의 모든 작전은 공을 상대방의 골대에 넣도록, 또 반대로 상대방의 공이 우리 골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세워진다.

 

6. 그렇기에 조커는 종잡을 수 없다. 그는 궁극적인 목적이 없다. 그가 영화 중반부에 언급한 것처럼, 그는 그저 "차를 좇는 개"일 뿐이다. 문자 그대로 극단적인 쾌락주의자로, 그는 현 시점에서 "자신이 가장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일례로, 그는 처음엔 배트맨이 스스로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기에 경찰들을 죽였고 나중에 콜먼 리스가 배트맨의 정체를 밝힌다고 하자 오히려 그렇게 하면 병원을 날려버린다고 하고 실제로 병원을 날려버렸다.

 

또 하비덴트를 처음엔 죽이려고 했다가, 그것이 틀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하비 덴트를 납치하도록 덫을 설치해놨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갑자기 수비수가 자살골을 넣은 다음 심판을 마구 두들겨 패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7. 목적을 알면 상대의 행선지를 알 수 있고, 미리 가서 막을 수 있다. 배트맨의 목적은 확실했다. 범죄를 종식시키고 하비 덴트를 자신의 합법적인 후계자 - 고담의 백기사 - 로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커는 처음부터 끝까지, 목적 자체가 없었다. 스스로를 "차를 좇는 개"라고 말한것처럼, 그는 현 시점 자신이 가장 쾌락을 많이 즐길 수 있는 선택을 했다. 목적지를 알면 상대가 어디로 이동할 수 없다. 상대를 막기 위해선, 상대의 동선을 예측해서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대의 목적을 알고 있고 자신의 목적은 없었던 조커는, 영화 내내 압도적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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