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어 하는 것들

게임 장르의 표절은 존재하는가

미스터Q 2025. 8. 14. 18:14

1.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균,쇠"의 한 챕터에서는 어째서 바퀴나 문자등의 문명이 어떻게 퍼져 나갈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간단한 이야기이다. 주변 도시 혹은 국가에서 흘러들어오는 유용한 것들을 차용하여, 개량해낸다. 이 이론 또는 가설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문자들 - 그리스 문자, 로마자, 키릴문자, 아랍문자 등등 - 은 이집트 상형문자를 직간접적으로 기반하여 발전시켜 나간 것들이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좋은것을 먼저 만들지 않더라도, 좋은 것을 받아 들여 개량하면 된다는 사례일 것 같다.

 

2. 게임 장르 중에는 로그-라이크라는 장르가 있다.

해당 장르가 가진 특징이라고 한다면, 게임에서 목숨을 잃어도 가진 아이템이나 기술등은 보존되는 일반 게임들과는 다르게 매번 리셋되어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복잡한 특성을 가진 장르의 이름이 로그-라이크가 된 까닭은, 해당 특성을 지닌 첫번째 게임이 "로그"라는 게임이었고 그것을 흉내 혹은 차용한 게임들에 "로그와 같은(= rogue-like)"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3. 로그-라이크와 마찬가지로, 게임 장르에는 ~라이크라는 이름의 장르들이 존재한다. 지금은 대표적으로 여겨지는 게임 장르중 하나인 fps(first person shooter = 일인칭 슈팅 게임)역시도 처음에는 해당 장르의 효시격인 둠의 이름을 따서 둠 클론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장르들이 ~라이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플랫포머에 넓은 세계를 적용한 메트로-베니아(메트로이드 시리즈 + 캐슬베니아), 다크 소울의 하드코어함을 차용한 소울-라이크등 하나의 선구자격인 작품이 등장하면 그것을 모티브로 삼아 수많은 라이크 장르들이 출현한다.

 

4. 재밌는 게임들이 많아진다면 일반 게이머 입장에선 좋겠지만, 현대는 지적 재산권 역시 법으로 보호받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라이크 장르들은 차용과 표절 그 어중간한 위치에 존재한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국민게임중 하나인 카트라이더 역시도 한동안 닌텐도의 명작, 마리오 카트 시리즈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지금은 카트 라이더가 독자적인 게임성을 얻고, 마리오 카트의 시스템을 차용한 수많은 게임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현재는 조금 빨리 나왔던 마리오 카트-라이크 게임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다.

 

5. 이처럼 게임의 "장르"의 복제는 마냥 표절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고, 또 마냥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이집트 상형 문자를 베이스로 수많은 문자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이러한 게임 장르들 역시 하나의 특출난 게임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게임 명가중 하나인 캡콤에서는 75% 룰이라는 것이 존재했다고 한다. 대작 게임이 한가지 나오면, 그것의 75%를 유지하면서 다른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캡콤의 게임 바이오 하자드, 귀무자, 그리고 바이오 하자드4를 개발하다 파생된 데빌메이 크라이까지 비슷한 형태의 카메라 워크를 사용한다.

또한 데빌 메이 크라이의 시스템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의 그리스 신화 기반의 게임에도 영향을 끼쳤다. 바로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갓 오브 워 - 정확하게는 이전에 나온 그리스 신화 버전들만- 인데, 이 두 시리즈는 공통점이 많다.

fps나 tps같은 카메라 워크가 아닌 맵에 카메라를 배치시켜 사용하고, 붉은 오브를 습득하여 다양한 무기들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이처럼, 게임 장르에 있어서 "표절"을 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