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필경사와 사무직

미스터Q 2026. 1. 30. 18:42

0. AI의 발전에 따라 프로그래밍의 개념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프로그래머와 프로그래밍은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요?

 

1. 필경사는 글을 적는 직업을 뜻합니다. 인쇄술 더 나아가 컴퓨터등의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필경사의 계보는 의외로 다른 형태로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읽고 쓰는게 가능한 시대이지만, 고대에는 읽고 쓸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었습니다. 읽고 쓴다는 것, 즉 문자를 다룬다는 것은 정보를 다룬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필경사는, 그런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기예를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단순히 말을 파피루스에 글로 적을뿐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일을 했기에 사실상 최초의 사무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세금을 걷는 일을 하기도 해야했고, 이집트의 경우에는 나일강의 범람을 계산하는 등의 일도 했다고 하지요.

 

2. 현대의 사무직은 깃털펜과 파피루스(또는 진흙판과 철필)를 쓰진 않지만, 대신 컴퓨터를 써서 사무일을 처리합니다. 비록 직접 글을 남기진 않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일을 합니다.

 

3. 그렇다면 프로그래머의 계보는 무엇일까요? 현대의 프로그래머는 사무직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사무일과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일인것 같은데 말이지요.

 

4. 제가 생각하기에 프로그래머는, 그 뿌리를 장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시계공과 같은 사람들 말이지요.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은 결국, 부품을 조합해 움직이는 시계를 만들듯 프로그래밍 언어로 논리를 조합해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장인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의 품질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요.

실제로 소프트웨어 장인 또는 장인정신이라는 책도 있고 그런 마음가짐을 담은 책 역시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5. 즉, 최초의 사무직이었던 필경사들이 컴퓨터로 엑셀과 파워포인트, 워드로 사무일을 한다면, 시계공같은 장인들의 후예인 프로그래머들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하는일은 변하였지만, 근본은 동일합니다.

 

6. 지금까지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살펴봤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앞으로의 미래를 확인해 볼 시간입니다. AI의 발전에 따라, 현대는 프로그래밍의 근본이 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래머의 종말이라는 무섭고도 슬픈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요.

그러나, 필경사가 사무직으로 형태는 바뀌었지만 그 근본은 남았듯, 프로그래밍의 형태는 바뀌어도 프로그래머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밍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달린게 아닙니다. 오히려 프로그래머의 근본은, 컴퓨팅적인 사고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7. 앞으로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슈도 코드나 자연어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의 근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밍의 근본은, 단순히 철조각에 비롯한 여러 조각들을 엮어 움직이는 정교한 시계로 만드는 시계공처럼, 논리들을 엮어 훌륭하게 동작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8. "하지만 AGI가 나오면 진짜로 프로그래머는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를텐데요?"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합시다. 진짜로 그런 물건이 나온다면, 프로그래머의 미래"따위"보단 우리 모두, 인류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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